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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상
날짜
10/12/0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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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기독교 영성 이해 : 정의, 해석, 경험, 그리고 훈련 (이강학)
 
 

기독교 영성 이해: 정의, 해석, 경험, 그리고 훈련



(* 이 글은 2010년 11월 11일, 호남신학대학교 해석학 연구소 세미나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이강학 (Graduate Theological Union, PhD)



1. 서론



“영성”이 인구에 회자 된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성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한국 개신교 교인들에게 낯설고 불분명하고 어렵게 다가오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영성을 소개하고 말하는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이 영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성에 관심 있는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모이는 학회들을 통해 영성에 대한 관점들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갈 필요가 있다. 둘째,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의 영적경험만을 절대화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공동체의 경험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한국인의 오래된 특징이자 상대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자세의 훈련이 학문에 있어서 종교적 경험에 있어서 무척 필요하다. 셋째, 영성이란 말 자체를 실제로 처음 듣는 사람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낯설기 때문에 아예 영성이란 말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영성”이란 개념은 “경건” (piety) 또는 “헌신” (devotion) 을 넘어서서 한국 사회와 교회에 이미 자리를 잡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계속 거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영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영성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영성을 이해하는 폭이 좁으면 영성생활도 좁고 편파적이 된다. 반대로, 영성을 이해하는 폭이 넓으면 영성생활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통합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한 예로 방언과 같은 외적은사의 경험을 강조하는 영성운동은 내적이고 인격적인 경험들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성경묵상에 있어서 큐티 (Quiet Time)만을 강조하는 영성운동은 다른 모든 성경묵상 방법도 큐티의 이름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나 복음관상과 같은 표현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다른 예로, 기도방법에 있어서 통성기도만을 고수하는 영성운동은 다양한 침묵기도의 방법들을 회의적으로 본다. 마지막 예로, 다수의 기독교인이 빠지는 오류로서, 심리적이고 관계적 현상만을 영적 경험으로 보는 영성운동은 사회 구조적이고 자연 환경적인 차원의 경험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



본 논문은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먼저 기독교 영성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정의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기독교 영성 방법론으로서 해석학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기독교 영성의 대상인 “경험”의 넓이와 깊이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본 후에, 마지막으로 기독교 영성에 대한 폭넓고 통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가지 영성훈련, 즉 기도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2. 기독교 영성이란 무엇인가?

(* 이 부분은 "한국기독교 성육신 영성과 사회봉사"라는 다른 발표 글의 앞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 동시에 쓰여진 글들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영성학자 샌드라 쉬나이더스(Sandra Schneiders)에 의하면 영성은 “인식된 궁극적 가치를 목표로 하여 자기 초월을 통한 삶의 통합 프로젝트에 의식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얻는 경험”(the experience of conscious involvement in the project of life-integration through self-transcendence toward the ultimate value one perceives)이다. 이 영성의 정의를 기독교 영성에 적용하려면, 각각의 문구를 좀 더 자세히 다음과 같이 이해해 볼 수 있다. 위의 정의를 다섯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살펴보자.



1) “인식된 궁극적 가치를 목표로 하여”



기독교 영성은 궁극적 가치로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첫째, 영성의 목표를 제시해주는 “궁극적 가치”는 기독교 영성에서 하나님이다. 구체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 즉,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다. 둘째, 궁극적 가치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하여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궁극적 가치인 하나님을 삶의 목표로 “인식”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성령의 역사이고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하나님을 인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은혜로 말미암아 삼위일체 하나님을 인식하고 믿음을 갖게 된다. 이 믿음을 통한 삼위일체 하나님 경험을 기독교인의 구체적인 경험을 예로 들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성부 하나님을 경험하는 좋은 예가 자연 속에서 창조주의 능력과 위엄, 아름다우심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으면, 피조물 안에서 하나님의 솜씨를 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높은 산, 깊은 바다, 뜨거운 태양, 끝없는 우주를 보며 크신 하나님을 깨닫고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피조물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보며 하나님의 지혜로우심과 아름다우심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통한 영적경험을 잘 보여주는 영성을 창조의 영성 또는 자연의 영성이라고 일컬을 수 있으며, 기독교 영성사에서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와 아일랜드의 켈틱 영성(Celtic spirituality)이 그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다음으로 성자 예수를 믿으면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되는가? 그 분의 성육신을 믿으면, 성자 하나님의 겸손하심을 깨닫게 되고, 몸을 가진 인간의 전존재와 일상적 삶을 하나님이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그 분의 십자가 죽음을 믿으면, 죄사함의 자유를 경험하게 되고, 고난의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분의 부활을 믿으면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기독교 영성사에서는 영성운동의 흐름을 불문하고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일생 하나하나가 모두 깊은 묵상과 본받음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그리스도의 발걸음을 그대로 따라 살려는 갈망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고, 로욜라의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관상하는 가운데, 더 그리스도를 깊이 사랑하고 가까이 따르려는 갈망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성육신의 영성”이라는 표현은 성자 예수의 성육신적 삶을 따르려고 하는 갈망에서 일어난 영적 운동들을 묘사하고 있다. 당연히, 그 운동의 핵심모토는 겸손, 가난, 고난, 그리고 봉사 등이 될 것이다. 겸손, 가난, 고난, 그리고 봉사는 기독교 영성사를 꿰뚫는 다양한 금욕 운동들의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성자 예수를 믿는 믿음은 이렇게 그 경험과 강조점에 따라 성육신의 영성, 십자가의 영성, 부활의 영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령을 믿으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 조명의 영인 성령은 우리의 마음 눈을 밝혀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갖게 하고, 더불어 나를 아는 지식을 갖게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과 나와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한다. 그 결과 더욱 지혜롭게 되고, 하나님의 뜻에 대한 분별력이 생긴다. 또한 생명의 영인 성령은 우리 안에 생명을 존중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하나님의 일을 위해 생명의 능력을 소유하게 하신다. 이외에도 성령은 우리 마음을 위로하고, 인도하고, 변호해주며, 감동시켜서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게 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준다. 무엇보다도 임재의 영인 성령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언제 어디서나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영성사에 있어서 성령은 영분별(또는 영적식별)과 관련해서 특히 관심을 끌었다. 과거에 영분별은 주로 사람의 내적 움직임들을 성찰하고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데 도움이 되는 생각들을 선택하고 덕을 함양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오순절 운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보다는 외적 능력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바와 같이, 기독교인의 궁극적 가치인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하나이지만, 영적 경험의 초점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어떤 특징에 두느냐, 다르게 표현하자면, 하나님의 부르심이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영성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2) “자기 초월을 통한”



기독교 영성은 자기를 초월하는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자기를 초월한다는 것은, 자기의 육신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서 예수의 삶과 인격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인의 자기 초월은 예수를 지향하는데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한계가 그것을 가로막는다. 인간의 한계는 기본적으로 몸을 소유하는데 기인한다. 몸을 갖고 있는 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순간에 한 장소에 머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여러 군데 머물 수는 없다. 또, 일정 시간을 살면 모두 죽는다. 인간이 경험하는 한계 상황은 인생에 고통을 야기한다. 질병과 사고로부터 오는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몸이 있는 한 누구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은 한편으로 고통을 가져오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한계를 초월하려고 하는 갈망을 품게 하기도 한다. 그 갈망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영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독교 영성은 영적 성장을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여정(journey), 등정(ascent), 사다리(ladder) 등. 그 중에서, 기독교 영성사에 있어서 영적 성장의 삼단계로 알려진 정화(purification), 조명(illumination), 그리고 일치(unification)의 과정은 모두 기독교인의 자기 초월의 경험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정화의 경험 즉, “마음의 청결”을 통해, 기독교인은 내적이고 외적인 죄악된 습관들을 버린다. 조명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아는 지식(God-knowledge)과 나를 아는 지식(self-knowledge)이 형성된다. 일치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과 깊은 사랑의 교제를 나눌 수 있게 된다. 12세기의 영성가 클레르보의 버나드는 자기 초월로서의 영적 성장을 “사랑의 네 단계”라는 비유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버나드에 의하면, 사랑의 첫 번째 단계는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나를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하나님을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는 하나님을 위해 나를 사랑하는 단계이다 (또는 하나님을 위해서만 나를 사랑하는 단계). 버나드의 설명은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영적 성장이 어떤 자기 초월을 이루어가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기초월은 영적 성장이라는 변화를 의미하며, 기독교 영성은 기독교인으로 하여금 이기적인 사랑을 초월해서 이타적인 하나님 사랑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며, 여기에서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을 내포하고 있다.



3) “삶의 통합 프로젝트에”



기독교 영성은 삶을 통합하는 프로젝트 안에서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삶의 통합 역시 예수 그리스도를 지향한다. 기독교인은 삶의 통합의 궁극적 모델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스도를 향한 갈망을 지니게 된 사람에게 삶을 통합하기 위한 영성생활이 시작되고 구체적으로 자기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기 위한 영성훈련에 의식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독교 영성에서 삶을 통합하는 프로젝트가 의미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한 내적이고 외적인 삶의 모든 영성훈련들(spiritual disciplines)이다. 기독교 영성은 삶의 통합을 지향하고, 기독교 영성운동들은 삶의 통합을 위한 다양한 영성훈련들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영성훈련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며, 영성훈련들은 어떻게 삶의 통합에 기여하는가?



영성훈련은 과거에는 교회의 치리나 금욕적 행위들을 가리켰으나, 최근에는 좀 더 일반적인 헌신 또는 제자도를 위한 훈련들을 가리킨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의 대표적인 개신교 영성가인 리처드 포스터는 영성훈련을 다음과 같이 내적 훈련과 외적 훈련, 공동체 훈련으로 분류 한다: 내적훈련들은 묵상, 기도, 금식과 연구 등; 외적훈련들은 단순, 고독, 복종, 그리고 봉사 등; 공동체 훈련들은 고백, 예배, 안내, 그리고 경축 등. 이 분류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내적훈련, 외적훈련, 그리고 공동체훈련이 통합적으로 균형 잡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홀로 사막에서 평생을 수도하던 은수자들이라고 할지라도, 매일 노동을 했고, 비록 자주는 아닐지라도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아울러, 늘 봉사 활동하던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라고 할지라도, 매일 기도하는 삶을 빠트리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성훈련은 삶이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잡도록 도와줌으로써 삶의 통합을 이룰 수 있게 한다. 모든 기독교 영성훈련은 삼위일체 하나님께 기독교인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기독교인은 이를 통해 세상을 향해 흩어지기 쉬운 마음을 하나님을 향해 모을 수 있고, 자신의 삶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삶의 모든 경험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통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로욜라의 이냐시오가 <영신수련>의 첫 번째 일러두기에서 말하는 바는 도움이 된다.



영신수련이란 양심 성찰과 묵상 기도, 관상 기도와 염경기도 및 침묵 중에 기도하는 방법을 포함한 앞으로 다루게 될 모든 정신 활동의 방식들을 말한다. 산보와 걷기, 달리기가 몸의 운동인 것처럼 온갖 무질서한 애착을 없애도록 우리 정신을 준비하고 내적 자세를 갖추며 그런 다음에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의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찾고 발견하려는 모든 방법을 영신수련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냐시오는 삶의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할 수 있어야하는데, 이를 위해 무질서한 애착을 없애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원리와 기초”에서는 무질서한 애착이 없어지고 모든 피조물들에 대해 초연해진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리 편에서는 질병보다 건강을, 가난보다 부를, 불명예보다 명예를, 단명보다 장수를 더 원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그리고 다른 모든 일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오직 창조된 목적으로 우리를 더욱 이끄는 것을 원하고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영성학자 마이클 다우니는 현대 사회에서 영성의 부활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것이 비인간화와 분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성훈련은 현대 사회에서 그것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분열을 통합으로 이끄는 구체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4) “의식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기독교 영성은 의식적 참여와 관련되어 있다. 의식적 참여란 자발적이고 의지적이고 인격적인 참여를 가리킨다. 이를 위해 주의를 집중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깨어있는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기독교 영성적 경험은 의식적 참여가 없는데 저절로 획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전서 5:16-18절에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라고 지시한다. 여기에서 “항상”, “쉬지 말고”, “범사에”라는 단어들이 의지적 노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의식적 참여의 신학적 기초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는 인간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영성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기독교인이 자유롭게 의지적으로 선택한 결과여야 한다. 원칙적으로, 억지로 또는 아무 생각 없이 참여하게 된 영성훈련은 영적 성장의 경험으로 인도하지 못한다.



5) “얻는 경험”



기독교 영성의 주요소는 경험이다. 이 경험은 기독교 영성에서 구체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이다. 과거에는 이 경험의 초자연적 성격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기독교영성을 신비주의라고 오해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을 경험한다는 것은 꼭 신비주의적 경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기독교인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하는 모든 경험이 사실은 신비적인 경험이다. 중생과 칭의로부터 시작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성령의 조명으로 하나님을 깨닫고 만나고 알게 되는 모든 경험이 비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는 신비적 경험이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자기의 이기심과 욕심을 넘어서서 봉사하는 자기 초월적 경험 역시 신비적 경험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영성적 경험을 초자연적인 경험과만 등치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 경험이 일회적이고 고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나 계시를 받은 경험은 일회적으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출애굽을 가능케 하고 모세오경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가 되는 데까지 나아갔다.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를 만나 십자가와 부활을 목도하게 된 경험은 제자공동체를 낳았고, 오늘에까지 교회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기독교 영성운동들은 그 설립자들의 하나님 경험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시대와 문화 속에서 활동하신 성령의 역사를 보여주는 모델로서 기능했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이 일상 속에서 하는 하나님 경험은 개인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경험이 아니라, 그가 속한 교회 공동체를 통해 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하나의 운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는 경험들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샌드라 쉬나이더스의 영성에 대한 정의에 표현된 다섯 가지 문구를 기독교 영성에 적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독교 영성이란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영적 성장을 위한 영성훈련에 의식적으로 참여할 때, 은혜로 얻게 되는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반응들”이다.



쉬나이더스의 영성 정의는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다양한 자기초월적 경험을 - 종교적 경험이든 비종교적 경험이든 - 영성이라는 개념 아래서 학문적 접근이 가능한 주제로 만들어준다. 둘째, 영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기독교 영성을 쉽게 정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 기독교의 다양한 영성 운동들을 기독교 영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을 수 있게 해준다. 넷째, 교리보다는 경험을 강조하는 아래로부터의 접근을 통해 영성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3. 해석학: 기독교 영성의 방법론



학문으로서의 기독교 영성의 연구 대상은 기독교인의 영적 “경험”이다. 다시 말해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기초를 둔 “경험”이다. 쉬나이더스에 의하면 이 경험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세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신학적 접근, 두 번째는 역사적 접근, 세 번째는 해석학적 접근이다. 쉬나이더스는 경험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신학적 접근법과 역사적 접근법의 한계를 주장한다. 신학적 접근은 경험에서부터 출발하지 않고 조직 신학적 교리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경험을 규범적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 역사적 접근은 그 연구 자료로 반드시 역사적 기록물을 필요로 하는데, 경험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그 경험과 관련된 모든 역사적 기록물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 한계를 보인다. 쉬나이더스는 기독교 영성을 연구하는 방법으로서 신학적 접근법과 역사적 접근법의 한계를 보여준 후에, 해석학적 접근법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방법론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기독교 영성의 목적이 경험으로서의 기독교 영성생활의 현상을 “이해”(understand)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그런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해석(interpretation)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쉬나이더스에 의하면 해석학적 접근법은 해석학적 순환의 세 단계를 밟는다. 이 세 단계는 서로를 조건지우고 영향을 주고 받는다. 첫 번째 단계는 현상의 서술(description of the phenomenon)이다. 예를 들어, 이현필 선생의 회심 경험이 연구의 주제라면, 그 현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상황들을 서술해본다. 그 상황들은 역사적 배경으로서 1930-40년대의 한국사회문화사, 신학적 배경으로서 당시 한국교회의 상황, 심리학적 배경으로서 이현필 선생의 성품 등을 포함하여 될 수 있는 한 많은 자료들을 대상으로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비평적 분석(critical analysis)이다. 심리학적 발달단계로서 이현필 선생의 청소년기 경험의 영향, 이현필 선생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지역적 고찰, 이현필 선생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과의 관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는 건설적 해석(constructive interpretation)이다. 이 단계는 단순히 연구 주제를 지적으로 분석해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경험이 오늘날 해석자 즉, 연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하고 발견하는데 까지 나아간다. 이 이해의 단계는 연구주체를 변화시키고 연구주체의 존재를 확장시킨다. 이현필 선생의 회심을 오늘날의 상황에서 재해석하고 이해하여 변화의 계기로 삼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영성 연구 방법론으로서의 해석학적 접근법은 그 성격상 학제적 (interdisciplinary)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현상, 경험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최소한 두 개 이상의 다양한 이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 경험의 원: 영적 경험의 네 영역



이제 영성의 연구 대상인 경험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좀 더 살펴보자. 기독교 영성학자인 엘리자베스 리버트가 낸시 위원스 박사와 함께 제시한 “경험의 원”(The Experience Circle)이 경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리버트와 위원스가 제시한 경험의 원은 넓이와 깊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은 인간 경험의 넓이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서 보는 방법이고, 두 번째 관점은 인간 경험의 깊이를 네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서 보는 방법이다.



먼저, 경험의 넓이를 구성하는 네 가지 영역을 살펴보자. 경험의 첫 번째 영역은 내면적 영역(intrapersonal)으로서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자아(self)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심리적인 내적 역동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체로 혼자 있으면서 하는 경험들이다. 성격적 특징들, 정체성의 혼돈을 경험하는 것,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 인격의 통합을 경험하는 것 등등이 모두 이 영역에 해당하는 경험이다. 경험의 두 번째 영역은 상호관계적 (interpersonal) 영역으로서, 자아가 다른 개인들과의 관계에서 하는 경험들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매일 또는 자주 만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에게 끼친 영향들을 탐색하는 것이다.



경험의 세 번째 영역은 조직 / 구조 (systemic / structural) 영역으로서, 자아가 조직 체계에 안에서 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서 조직이란 공식적인 규칙과 관계의 망으로서 개인의 삶을 제한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조직 구조로는 교회와 직장이 있다. 이 영역에서의 초점은 개인보다는 조직 구조 내에서의 개인의 역할들 및 역할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담임목사라는 역할, 부목사라는 역할 또는 사모라는 역할 때문에 하는 경험들, 또는 직장에서 대표로서, 중간관리자로서, 평사원으로서, 또는 비정규직 사원으로서 하는 경험들이 이 영역에서 다루는 경험들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영역은 자연 환경 (natural / environmental)의 영역으로, 자아와 온 우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자아가 자연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주목한다. 자아가 자연세계와의 관계에서 하는 경험이 상호의존적인지 아니면 독립적인지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경험의 깊이를 구분하는 네 가지 차원을 살펴보자. 이 구분은 경험을 인식하는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의 첫 번째 차원은 해석적 (interpretive) 차원이다. 경험한 것을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험의 두 번째 차원은 해석적 차원보다 더 깊은 것으로 정감적 / 상상적 (affective / imaginative) 차원이다. 이 차원에서는 경험한 것이 주로 감정 또는 비유나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다. 지성으로 이해하여 말로 표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경험의 세 번째 차원은 정감적 상상적 차원보다 더 깊은 경험으로 비주제적 (non-thematic) 차원이다. 경험한 것의 의미가 이해가 되지 않고, 어떤 주제를 발견하기가 난해하다.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고, 어떤 이미지와도 연결시킬 수가 없는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경험의 네 번째 차원으로서 인간 경험의 가장 깊은 곳에는, 인간 경험의 근원인 거룩한 신비 (Mystery) 즉 하나님이 계신다. 이에 따르면, 기독교 영성은 인간의 가장 깊은 경험이 하나님과의 일치의 경험이 된다고 주장한다.



경험의 원은 우리의 영성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첫째, 경험의 원은 인간의 경험이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차원의 경험이든지 깊이 들어가면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하나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둘째, 경험의 원은 영성지도 및 수퍼비전 사역에 도움을 준다. 리버트가 경험의 다양한 차원에 주목하게 된 배경은 그것이 영성지도 사역에 유익한 통찰력을 주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가 한 경험을 돌아볼 때 한 번에 한 가지 관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른 관점에서 그 경험을 바라보지 못하고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는데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성지도자 (spiritual director)나 피지도자가 피지도자의 한 가지 경험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에 관심을 기울일 때 훨씬 피지도자의 삶 속에 역사하는 성령을 전체적으로 인식하기가 용이하다.



셋째, 경험의 원은 영성식별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리버트는 <식별의 길>의 한 기도 실습, “관련된 정보 모으기”에서 식별을 위해 네 종류의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해석해 보도록 안내한다. 그런데, 이 정보들은 위에서 소개한 경험의 원의 네 차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네 차원의 경험이 식별을 위한 정보로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또 그 정보를 해석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위해 리버트의 실습 안내문을 잠시 살펴보자.



각각의 식별은 특별하지만, 정보를 추구할 때 항상 다음의 네 종류의 정보는 모아야 한다:



1. 개인 내적(intrapersonal) 정보 (여러분의 독특한 자아 내로부터 오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의 성격과 선호하는 일은 무엇인가? 시간, 에너지 그리고 건강은? 경제적 자원은? 상황을 생각할 때 오는 어떤 특별한 신체적 반응이 있는가? 깊이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상호관계적(interpersonal) 정보 (얼굴과 얼굴을 대하는 관계를 통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의 선택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 제안된 선택이 어떻게 나의 소통하는 관계들에 영향을 끼칠 것 같은가?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 또는 내가 우선적으로 헌신해야하는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개인적으로 나에게 어떤 지지적인(supporting) 관계가 존재하는가?



3. 구조적(structural) 정보 (개인적 등장인물들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인격적이고 비인격적인 조직들을 생각함으로부터 얻게 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어떤 구조들이 여기에 관련되어 있는가? 그 구조들의 목적,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역동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 시스템 안에서 나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 될 것인가? 권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 구조들 안에 누가 또는 무엇이 무시되고 있는가? 그리고 나와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그들은 무슨 말을 할 것 같은가?



4. 자연세계(the natural world)로부터의 정보 (우리가 터를 잡고 있는 환경으로부터).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환경이란 - 물리적 환경, 인간과 자연 둘 다 포함해서 - 무엇과 같은가? 인위적인 환경이 자연 세계 내부에서 또는 자연 세계를 거역해서 어떻게 존재하는가? 나를 초대하는 환경인가 아니면 나를 물리치는 환경인가? 나의 행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정보를 모은 후에, 다음 단계는 그것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석을 위한 렌즈들로 동일한 네 가지 범주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1. 개인내적 (여러분의 내적 반응).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 정보가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가? 흥분? 용기? 신뢰? 고요함? 만족? 또는 그것에 대한 나의 반응이 실망, 긴장, 불안함, 동요, 불만족 같은 것인가? 또는, 종종 그렇듯이, 나의 반응이 둘의 혼합인가?



2. 상호관계적 (여러분과 여러분 가까운 사람들 또는 여러분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사람들 사이의 반응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의 제안된 결정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칠 효과에 대해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나의 제안된 선택에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가? 내가 직면한 선택에 대해 더 객관적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내가 받은 정보를 해석할 것인가; 전문 해석자들은 내가 발견한 정보에 관해 동의할 것인가 아니면 동의하지 않을 것인가?



3. 구조적 (여러분이 살고 일하는 또는 여러분이 앞으로 소속될 기관, 시스템, 그리고 구조들에 대한 분석이 해결할 문제에 관하여 무엇을 제안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내가 이 방향으로 움직여 가면 내 삶에 다양한 시스템들이 어떻게 재조정 되어야하는가: 가족, 직장, 학교, 공동체 참여, 예배공동체와의 관계, 등등? 이 시스템들은 어떤 가치를 보존 하는가 그리고 이 가치들이 나에게 소중한가? 이 시스템들이 나의 제안된 변화에 어떻게 저항하는 것 같은가? 나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은가? 이것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4. 자연 세계 (가장 넓은 관점에서, 사물의 가장 큰 계획의 관점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자연 안에 있는 것이 나의 제안된 결정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가? 그것이 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내려다본다면, 이 결정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위에서 제시된 질문들은 네 차원의 경험과 관련된 정보들로서, 앞에 나오는 “정보 모으기” 실습에서 하는 질문들은 좀 더 객관적인 반면에, 다음에 나오는 “정보 해석하기” 실습에서 하는 질문들은 그 객관적 정보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을 살펴본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평상시에 첫 번째의 개인 내적 차원의 경험과 관련된 정보들과 두 번째의 상호관계적 경험과 관련된 정보들에만 관심을 쏟던 많은 사람들에게 세 번째 차원의 경험 (구조적)과 네 번째 차원의 경험 (자연 환경적)들의 독자성을 이해하고 경험의 다른 차원들에 관심을 갖도록 함으로써 인식의 폭을 확장시켜준다.



5. 영성훈련: “새 땅을 위한 기도”



지금까지 영성의 정의, 영성 방법론, 영적 경험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해 기독교 영성이 어떻게 우리의 경험에 대한 인식을 통합하고 확장시켜주는가를 살펴보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독교 영성에 대한 이런 폭넓은 이해가 어떻게 영성훈련에 적용되는지를 한 가지 기도의 예를 통해 보려고 한다. 영적 경험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영성지도와 영성식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리버트의 설명을 바탕으로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영성학자 조셉 D. 드리스킬이 그의 책 <개신교 영성수련: 신학, 역사 그리고 실습>에서 제시한 한 가지 기도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새 땅을 위한 기도” (Prayer for a New Earth) 로 명명된 이 기도 방법은 우리의 기도제목을 확장시켜주고 통합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새 땅을 위한 기도” (Prayer for a New Earth)



1. 시간을 갖고 자신을 고요하게 한다. 느낌이 어떤지 알아차려본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가? 필요하다면 지금 몸을 움직여 자세를 편안하게 만든다. 눈을 감는다. 천천히 한 두 차례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쉰다.



2. 긴장이 풀리고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가 되었다고 느끼면,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는 기도를 한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의 숨보다 더 우리에게 가까이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라.



3. 몇 분 동안 당신의 가정을 떠올려보라; 가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라.



a. 하나님께서 당신의 가정 어디에서 일하고 계신가? 가정에서 사랑, 정의, 희망, 자비의 출처가 어디인가? 누가 그것들을 제공하는가? 식구들이 이 책임감을 나누고 있는가? 현재 가정에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 이 문제에서 하나님은 어떻게 임재 또는 부재하시는가?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참여하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 또는 그만두어야 할 일은 무엇인가?



b. 가정에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살펴볼 때 중요한 것이 떠오르거든 몇 분 동안 영성일기에 기록하라.



4. 다음으로 넘어갈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몇 분 동안 당신의 일터를 살펴보라.



a.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터 어디에서 일하고 계신가? 하나님의 관심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영역이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해보라. 그들의 행동이 정의, 평등, 자비, 희망을 지지하고 있는가? 현재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 이 문제들 가운데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느껴지는가? 소홀히 여겨지는 영역이 있는가? 해결되어야 할 다른 영역이 있는가? 당신이 그 환경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가? 당신이 비공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일 또는 할 필요가 없는 일이 있는가? 공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일이 있는가? 또는 하지 말아야할 일이 있는가?



b. 일터와 관련해서 기억해야할 것이 떠올랐으면, 영성일기에 기록하라.



5. 이제 당신의 관심을 당신이 속한 지역사회와 나라로 돌려보라. (지역 공동체나 더 넓은 지역 예를 들어, 지방 정부나 나라를 떠올려보게 할 수도 있다.)



a. 당신이 속한 지역사회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현안이 무엇인가?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공동체에 정의, 자비, 희망이 존재하는 것 같은가? 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참여하도록 부르심 받고 있는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서 당신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함께 말을 해야 할 사람이 있는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이 있는가?



b. 기억해야할 실천사항이나 생각들을 인식하게 되었으면, 영성일기에 기록하라



6. 이제 지구를 떠올려보라. 태양계 속에 있는 지구, 무한한 공간 속에 있는 작은 별인 지구를 상상해보라.



a. 지구 안에서, 많은 나라들을 나누는 경계선들을 떠올려보라. 하나님의 자비와 정의가 특별히 필요한 지역이 있는가? 어떤 지역이 떠오르는가? 거기에 해결되어야할 갈등이 있는가? 굶주린 사람들이 있는가? 헐벗은 사람들이 있는가? 방문이 필요한 수감자들이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님의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당신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구체적인 행동으로 부르시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언제 그것을 할 것인가? 시간을 지금 정할 필요가 있는가?



b. 이 필요들에 응답하라는 부르심이 느껴지면 영성일기에 기록하라



c. 이제 지리학적 경계선이 없는 지구를 떠올려보라. 산들과 강들, 사막들과 평야들을 떠올려보라; 공중의 새들; 숲 속의 짐승들, 바다의 고기들을 떠올려보라. 극지대의 빙하와 우림지대의 열기를 떠올려보라. 이 광대한 파노라마를 살펴볼 때, 하나님께서 어떤 영역에서 일하시는지 살펴보라. 이 피조세계와 관련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당신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이 지구별을 위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당신이 할 필요가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지해야하는 이유는? 지역적인 이유 또는 국제적인 이유는? 하고 싶은 기부는? 지구별을 돌보시는 하나님을 위해 할 필요가 있는 다른 것들은?



d. 당신의 관심사 중 후속조치가 필요한 것들을 영성일기에 기록하라.



7. 이제 세상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다양한 방법들을 살펴보라. 이 모든 관심들 가운데 하나님은 당신을 어디로 부르고 계시는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누구든지 무엇인가는 할 수 있다. 기록한 것들을 살펴볼 때 당신의 마음에 계신 하나님의 음성을 조용히 들어보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안내하심을 조용히 들어보라. 떠오르는 것을 기록하라.



8. 당신의 목록에 우선순위를 정했으면, 몇 분 동안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당신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라. 당신의 심장박동 보다 더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라.



9. 이 기도를 그룹모임에서 하고 있다면, 모임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오라. 필요하면 스트레칭하고 몸을 움직이라.



10. 소그룹에서 이 묵상을 통해 당신이 깨닫고 경험한 것을 나누라. 이 수련이 도움이 되었는가? 어떤 식으로? 도움이 안 된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있었는가? 당신의 개인적 행동과 책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있었는가?



드리스킬은 이 기도를 중보기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기도의 목적은 기도하는 사람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알아차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역사가 삶의 모든 영역 즉, 가정, 직장, 지역 공동체, 그리고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또 이 기도는 기도와 실천의 이원론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성생활이 개인의 내면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와 자연 생태계 안에서 평화 및 정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임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삶을 살도록 안내한다.



6. 결론: 기독교 영성과 한국 교회



이상에서 기독교 영성의 한 가지 정의가 지닌 폭넓은 의미들을 살펴보고, 기독교 영성의 해석학적 방법론을 고찰하고, 영적 경험의 넓이와 깊이에 담긴 다양성들에 대해 논했으며, 마지막으로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한 가지 영성훈련을 접해 보았다. 위에서 논한 기독교 영성의 학문적이고 실제적인 측면들은 한국 교회가 기독교 영성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첫째, 쉬나이더스의 영성 및 기독교 영성 정의는 영성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혼돈과 편협성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영성을 더욱 다양한 경험을 다루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을 도와준다. 또, 삼위일체 하나님의 다양한 사역에 있어서 강조점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다양한 영성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다른 기독교 영성운동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통합적으로 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종교적 현상도 영성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틀을 형성해주고, 다른 종교의 영성과 기독교 영성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쉬나이더스의 해석학적 방법론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하나의 경험이 담고 있는 무수한 해석의 가능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하나의 경험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관점들이 통합적으로 학제적으로 사용되어야한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조직신학적 교리에 편착하여 경험을 재단하는 습관을 넘어서서, 그리고 역사적 문서적 자료만을 신뢰하고 다른 비언어적 자료들을 무시하는 제한성을 넘어서서,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영적 경험의 넓이와 깊이를 묘사한 리버트의 “경험의 원”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영적 경험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어떤 측면에서든지 하나의 경험을 깊이 숙고해보면 하나님 경험에 잇닿아 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자신의 경험을 돌아볼 때, 관계적 영역과 개인 내적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리버트의 “경험의 원”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조직구조적 영역과 자연환경적 영역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럼으로써 하나의 경험이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다.



넷째, 드리스킬이 영성훈련으로 제안한 “새 땅을 위한 기도”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하나님 임재를 경험하는 현장을 확대시켜준다. 이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임재의 현장을 가정에 제한시켰던 사람은, 직장과 지역 사회, 더 나아가 우주로까지 시야를 넓혀서 그 각각의 현장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기도하는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의 영역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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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ert, Elizabeth. "Supervision as Widening the Horizons." Supervision of Spiritual Directors: Engaging in Holy Mystery, ed. Mary Rose Bumpus and Rebecca Bradburn Langer. Harrisburg, PA: Morehouse Publishing, 2005.



_______________. The Way of Discernment: Spiritual Practices for Decision Making. Louisville, Kentucky: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08.



Schneiders, Sandra. "A Hermeneutical Approach to Christian Spirituality." Minding the Spirit: the Study of Christian Spirituality, ed. by Elizabeth A. Dreyer and Mark S. Burrows. Baltimore, Maryland: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05.



_______________. "Theology and Spirituality: Strangers, Rivals, or Partners." Horizons 13/2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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