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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상
날짜
10/04/24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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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제 목
 나우웬과 함께 하는 영성 10 : 예술과 영성 (이강학)
 
 

0.
아름다움beauty은 하나님을 경험하는 한 방법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 감동은 우리의 마음을 순화purify하여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에 쉽게 반응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일찌기 영성가들과 신학자들은 그림, 사진, 조각, 그리고 영화 등에 표현된 아름다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예로,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유일성, 진리, 선하심 등과 함께 하나님의 초월적 또는 우선적 특질 중 하나이다”라고 했습니다 (Beauty is itself one of the transcendental or primary attributes of God, along with oneness, truth, and goodness). 또 어거스틴은 “아름다움은 하나님을 전하는 한 방법이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고백록”에서 이런 말도 말했지요: “나는 너무도 늦게 당신을 사랑했나이다. 오 아름다움이여, 가장 오래고, 가장 새로운!” (Late, late have I loved thee, O Beauty, ever ancient, ever new). 이들은 아름다움이 하나님을 경험하는 중요한 방법임을 알려주는 증언들입니다.

1.
헨리 나우웬도 이런 목적 하에서 아이콘Icons과 예술 작품을 묵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나우웬에게 예술은 “기도의 차량” (a vehicle of prayer)이었습니다. 특별히 미술작품과 관련해서는 네덜란드 출신답게 고국의 예술가인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와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을 묵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콘 묵상과 관련해서는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우러러” (Behold the Beauty of the Lord: Praying with the Icons)라는 책에서, 미술작품과 관련해서는 “탕자의 귀향” (Return of the Prodigal Son)이라는 책을 통해 영성과 예술작품의 관계에 관한 나우웬의 생각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고흐의 작품에 대한 묵상을 책으로 펴낸 적은 없지만, 토마스 페트리아노의 글을 통해 우리는 고흐의 작품과 나우웬의 영성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Thomas Petriano, “Henri, Rembrandt, and Vincent,” in Remembering Henri, ed. Gerald S. Twomey & Claude Pomerleau)

2.
아이콘Icons은 동방교회의 영성생활 전통의 중심에 있는 성화들을 말합니다. 한때 이를 두고서 우상 논쟁이 심각하게 벌어진 적이 있지만, 아이콘과 아이돌(우상)은 엄밀히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콘 그 자체는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초대장이요 기도를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나우웬은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우러러”라는 책에서 네 개의 대표적인 아이콘을 소개합니다: “삼위일체” The Holy Trinity, “블라디미르의 성모” The Virgin of Vladimir, “즈베니고로드의 구세주” The Savior of Zvenigorod, “성령 강림” The Descent of the Holy Spirit. 이 중 특히 “삼위일체”는 러시아의 유명한 화가이자 성인인 안드레이 류블레프Andrei Rublev의 작품(c.1425)이라 더욱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안드레이 류블레프의 삶은 러시아 영화 예술영화 감독인 타르코프스키Tarkovsky 의 동명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삼위일체”는 원래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세천사를 환대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을 나타내는 세 천사의 모습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의 공동체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하나님이 초청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나우웬의 묵상입니다. 경쟁적이고 두렵고 폭력적인 세상에서 사는 우리들이 쉴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가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삼위일체 아이콘은 초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을 요즘처럼 모든 사람이 손에 들고 직접 묵상하기 힘들던 시절에는 교회 건물에 있는 그림과 조각을 통해 성경의 이야기를 접하고 묵상함으로써 하나님을 경험하는데 도움을 얻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때, 아이콘을 그리던 사람들이 얼마나 깊이 먼저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했을까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나우웬의 말대로, 아이콘은 첫 눈에 참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참을성있게 기도하면서 그 앞에 오래 머문 후에야 비로소 서서히 우리에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다른 미술작품들과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3.
“돌아온 탕자”는 누가복음 15장에 실려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상속재산을 미리 받아 집을 떠난 후 모두 탕진하고 돌아오는 방탕한 작은 아들을 아버지는 사랑으로 맞이합니다. 작은 아들을 시기하고 분노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큰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지요.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는 바쁜 강의 일정과 외로움에 지친 나우웬에게 “귀향”homecoming 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나우웬은 처음에 포스터로 이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고, 몇 년 후에 러시아의 St. Peterburg에 있는 the Hermitage박물관 에서 직접 이 그림의 원본을 보고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을 통해 이 이야기와 그림에 등장하는 작은 아들, 큰 아들, 아버지의 마음을 읽으며 이 그림을 그린 렘브란트와 함께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방탕한 삶을 향해 집을 떠났던 작은 아들, 집에 머물렀지만 역시 질투와 분노,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아버지를 마음으로 떠나 있던 큰 아들, 그들의 귀향을 용서와 사랑으로 맞이하는 아버지 … 이 세 인물은 모두 우리의 삶의 한 조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돌아온 탕자”라는 성경의 이야기는 렘브란트에게 공감을 일으켜 그림이 되었고, 그 그림을 450여년 후에 바라보는 나우웬의 가슴에 공감을 일으켜 책이 되었습니다. 나우웬처럼 우리도 이 그림을 통해 성경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나고 우리 자신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4.
나우웬은 예일대학에서 “반 고흐의 목회” The Ministry of Vincent van Gogh라는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우웬이 남긴 자료 중에는 고흐가 자기 동생에게 보낸 모든 편지, 고흐의 사백여 작품 슬라이드, 고흐의 삶과 작품에 관한 논문과 책들이 다수 들어 있을 정도로 나우웬은 고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우웬이 고흐의 삶과 작품에 끌린 이유는 그의 “낮은 곳 지향성” downward mobility때문이었습니다. 나우웬과 고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공감과 동정심에 있어서 일치했던 것입니다. 나우웬은 고흐의 삶과 그 작품을 통해 “상처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를 발견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자의 깊은 상처가 엿보이지만 동시에 그 상처를 극복하고 동일한 상처를 입은 자들을 치유하는 작품을 남긴 고흐의 삶에 감동을 받고, 나우웬 역시 상처입은 치유자로서의 목회를 다짐하였던 것입니다.

5.
이와같이 하나님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남긴 아이콘과 예술작품은, 동일한 열정으로 하나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작가들이 만난 하나님께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감동을 준 예술작품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매일 가까이 두고 바라보는 예술작품이 있습니까?
그 작품이 여러분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예술작품을 통해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을 발견하고 있습니까?
하나님은 그 작품을 통해 여러분을 어디로 안내하고 계십니까?
혹시, 이런 의미있는 작품이 여러분의 삶에 하나도 없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아름다움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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