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Jo BBS


작성자
정재상
날짜
10/04/24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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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나우웬과 함께 하는 영성 5 : 성만찬 (이강학)
 
 

성사Sacraments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통로means of grace입니다. 로마 카톨릭은 일곱개의 성사(세례, 견진, 성체, 신품, 고해, 혼인, 병자)를 중시하고 개신교는 두 개의 성사(세례, 성만찬)를 중시합니다. 성사는 믿음으로 참여할때 기독교인의 영적 성장에 크게 기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개신교인에게 있어서 성사는 통과의례나 지나가는 교회 행사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만찬의 경우 일 년에 겨우 네 차례 정도만 특별행사처럼 실시하는 교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성만찬은 매일 드려왔고, 칼빈도 성만찬은 자주 시행할 수록 좋다고 권했습니다. 미국 개신교회들은 대체로 매달 첫 주일에 성만찬을 실시합니다. 어떻게 하면 기독교 영성수련의 핵심을 담고 있는 성만찬을 통해 좀 더 예수님과 깊이 있는 만남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헨리 나우웬의 성만찬과 관련된 생각은 성사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카톨릭 신부인 나우웬은 매일 성만찬에 참여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성만찬은 독립된 일회적 의례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삶의 원천과 정수를 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의 중심이고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연합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우웬의 성만찬에 대한 이해를 세가지 요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나우웬은 성만찬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실제로 만나는 자리라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창조를 통해 우리를 만지시고 우리를 살아있는 그리스도로 변화시키십니다. … 삶에서 가장 평범한 것들 – 물, 빵, 포도주 –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오시는 거룩한 길이 됩니다. …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의 음식과 음료가 되십니다.” “God touches us through creation and transforms us into living Christs…. The most ordinary things in life – water, bread, and wine – become the sacred way in which God comes to us…. Christ himself becomes our food and drink.” (Bread for the Journey, September 24) 나우웬은 성만찬 장소에, 예수님이 실재로 오신다고 믿습니다. 성만찬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난다고 믿습니다. 조카인 마크에게 보낸 편지에 인용하며 예수님의 현존을 강조한 마더 데레사의 글에도 이것이 잘 드러납니다.

“여러분이 성만찬을 통해 예수님을 볼 수 없다면, 가난한 사람들 안에 계신 하나님을 볼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의 숨겨진 실재 안에서 그 분을 볼 수 없다면, 사람 안에 계신 하나님을 정말로 볼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성만찬에서 예수님의 현존에 의해 감동될때 비로소 다른 사람 마음 안에 동일하게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알아차릴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마음은 마음에게 말합니다. 우리 마음에 계신 예수님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계신 예수님께 말씀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부분이 되어 참여하는 성만찬 신비입니다.”
“You can’t see God in the poor unless you can see him in the Eucharist…. It isn’t really possible to see God in human beings if you can’t see him in the hidden reality of the bread that comes down from heaven…. When your heart is touched by the presence of Jesus in the Eucharist, then you will receive new eyes capable of recognizing that same presence in the hearts of others. Heart speaks to heart. Jesus in our heart speaks to Jesus in the hearts of our fellow men and women. That’s the eucharistic mystery of which we are a part.”

성만찬의 목적은 예수님을 깊이 만나는 것입니다. 나우웬의 성만찬 영성에 기반이 된 카톨릭의 화체설을 개신교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성만찬을 통해 예수님의 현존을 깊이 느끼고자 하는 간절함은 배워야할 것입니다. 무감동한 예배를 변화시키는 단초를 나우웬의 성만찬 영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나우웬은 성만찬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을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카톨릭교회의 공식입장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음을 알면서도, 나우웬은 그가 집례하는 성만찬에 아직 세례받지 않은 사람, 장애인, 외국인, 성공회를 비롯한 다른 교파 출신 모두가 참여해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에게는 고지식한 교리주의보다도 예수님의 현존을 그가 말년에 참여했던 라르쉬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성만찬-감사-는 결국 위로부터 옵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가공할 수 없는 선물입니다. 그것은 자유롭게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자유로이 제공되고 자유로이 받아지기를 요청합니다.”
“Eucharist – thanksgiving – in the end, comes from above. It is the gift we cannot fabricate for ourselves. It is to be freely received. It is freely offered and asks to be freely received.” (With Burning Hearts)

Eucharist라는 영어 단어에는 “성찬”과 동시에 “감사”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우웬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온 사람은 누구든지 성찬의 선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째, 나우웬은 “성찬적인 삶”the Eucharistic Life을 지향합니다. 성찬적인 삶이란 성만찬의 의미를 삶의 전 영역에 확장시켜 사는 삶입니다. 나우웬은 40년의 성직자로서의 삶을 회고하면서 “하나의 긴 아름다운 성찬식” a long, beautiful Eucharist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성찬식을 구성하는 탄원, 찬양 그리고 감사가 그의 삶 전체를 동일하게 구성하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나우웬의 책 “뜨거운 마음으로: 성찬적 삶에 대한 묵상” (With Burning Hearts: A Meditation on the Eucharistic Life)은 어떻게 우리의 삶이 성찬적인 삶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누가복음 24장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에 대한 묵상과 연결시켜 다섯가지 요점으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순서는 성만찬 전례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기도 합니다.

(1) 성찬적인 삶이란 우리의 탄식을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Kyrie Eleison, Lord, Have Mercy)란 기도로 바꾸는 삶입니다. 성찬전례를 여는 이 기도문에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예수님을 잃었다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상실감과 허탈한 마음을 반영하기도 하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고통과 절망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실과 고통, 절망, 통회, 탄식의 경험은 삶의 끝이 아니라, 성찬적인 삶의 시작이 됩니다.

(2) 성찬적인 삶이란 말씀묵상을 통해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차리는 삶입니다. 엠마오의 두 제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성경말씀을 들을때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인식한 것과 같습니다. 성경말씀 묵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이 감동으로 뜨거워질때 우리는 예수의 영, 성령이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을 느끼고 확인하며 감사드리게 됩니다.

(3) 성찬적인 삶이란 예수님을 나의 내밀한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엠마오의 두 제자들이 아직 예수님인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들의 집으로 예수님을 초대한 것과 같습니다. 전례에서 사도신경을 암송하는 행위는 예수님에 대한 신뢰를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신앙고백은 “내가 예수님을 믿습니다. 예수님을 내 마음 안에 초대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예수님을 나의 은밀한 마음의 방으로, 내 삶의 구석구석으로 초청하고 모든 것을 나눈다면, 곧 성찬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4) 성찬적인 삶이란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것communion입니다. 예수님과 연합하는 것입니다. 성찬식의 빵과 포도주를 통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실때 우리는 예수님과 연합하여 살아있는 작은 예수가 됩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예수님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과의 연합은 공동체를 창조합니다. Communion creates community. 내 마음에 모신 예수님이 다른 형제, 자매의 마음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차리고, 서로 사랑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회 공동체의 시작은 성찬적인 삶에 그 비결이 있습니다.

(5) 성찬적인 삶의 끝은 공동체가 아니라 선교입니다. 선교를 위해 나서는 것입니다. Go and Tell! 엠마오의 두 제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곧바로 집을 나서서 예루살렘의 형제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자기들이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찬식에서 예수님과의 연합 경험은 공동체를 낳고 공동체는 선교와 목회 수행으로 이어집니다. The movement from communion to community to ministry/mission.

여러분은 교회에서 행해지는 성찬식에 어떤 마음으로 참여해왔습니까? 또 여러분의 삶은 어떤 의미에서 성찬적인 삶이 되어 왔습니까? 성만찬에 참여할때마다 위의 요점들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또 일상생활 중에도 성찬에 닮긴 깊은 의미들을 잘 묵상해서 여러분의 삶이 자비를 구하는 기도, 말씀의 감동, 예수님에 대한 신뢰의 초청, 예수님과의 연합과 공동체 창조, 선교 사역 참여라는 사랑의 큰 바퀴를 굴리는 성찬적인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성찬을 기념하고 성찬적인 삶을 사는 것은 모든 것에 있어서 감사와 관련지어 있습니다. 성찬적으로 사는 것은 삶을 선물, 즉 우리를 감사로 가득차게 하는 선물로 여기며 사는 것입니다.”
“To celebrate the Eucharist and to live a Eucharistic life has everything to do with gratitude. Living Eucharistically is living life as a gift, a gift for which one is grateful.” (With Burning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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