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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상
날짜
10/05/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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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나우웬과 함께 하는 영성 4 : 이웃과의 관계 (이강학)
 
 

한국인은 특히 인간관계를 중시합니다. 한국인 심리학을 연구하는 토착심리학자들은 “우리성”, “체면”, “눈치”, “핑계”, “의례성”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은데, 이 주제들은 모두 한국인이 얼마나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줍니다. 미국의 문화심리학자들도 한국인의 자아는 유럽계 미국인의 자아와 비교했을때 관계적 relational, 상호의존적 interdependent, 집단적 collective인 특징을 보인다고 인정합니다. 아마도 600여년 우리를 지배했던 삼강오륜의 유교윤리 영향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 한국 기독교인의 영성생활에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나 자신과의 관계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때가 많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인간관계가 하나님과의 관계나 나 자신과의 관계보다 우선시 될때가 많다는 것이지요. 체면 차리느라고, 눈치 보느라고 기도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일 신경써주느라고 자기 영혼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영성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세가지 관계에 있어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인간관계에 대한 헨리 나우웬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나우웬의 생각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 Reaching Out (영적발돋움) 4, 5, 6장입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영성생활은 적대에서 환대로의 여행입니다. 영성생활에 진보가 있다면, 다른 사람을 향한 나의 태도는 적대hostility에서 환대hospitality로 바뀌어야합니다. 원수, 두려운 이방인 또는 낯선 사람이 손님, 친구 또는 형제자매로 변화되는 것이 영성생활을 하는 사람의 특징입니다.우리 사회가 얼마나 적대감으로 가득차있는가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의사, 변호사, 목사 등)이 얼마나 서로를 향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혀있는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둘째, 환대의 비결은 자유롭고 친근한 빈 공간을 우리 마음 속에 마련하는 것creating a free, friendly and empty space에 있습니다. 손님이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끼려면 주인?다른 일로 분주해서 바쁘다occupation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또 손님은 우리 집에서는 이러저러해야한다는 내 고정관념preoccupation을 강요해서 판단받는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또 손님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도 안됩니다. 환대는 손님이 편안함을 느끼고 자유롭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세째, 환대가 적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세가지 인간관계는 부모와 자녀, 스승과 학생, 그리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대할때, 자신의 소유이거나 대리만족의 도구가 아니라, 선물을 지니고 하나님으로부터 온 손님으로 대해야 합니다. 스승은 긍정, 지지와 격려의 분위기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처벌과 평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의사는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환자가 편하게 자신의 삶과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진정한 전인적인 치유healing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런 환대가 엮어낼 수 있는 인간관계의 비전은 다른 곳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네째, 진정한 환대는 자발적으로 생각의 가난poverty of mind, 마음의 가난poverty of heart을 추구하는 참된 주인a real host에 의해 발휘될 수 있습니다. “생각의 가난”이란 내가 알고 있는 개념, 아이디어, 의견, 그리고 경험을 넘어서는 불가해한 신비의 삶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것입니다.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마음의 가난”이란 부정적인 느낌이나 긍정적인 느낌에 사로잡혀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경험을 내 느낌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슬픔이 다 하나님과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기쁨이 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의 가난과 마음의 가난을 통해, 우리는 내 강함이 아니라 내 약함이 하나님을 경험하는 능력의 통로가 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기작가 드아드르 라누에Deirdre LaNoue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나우웬의 생각을 친밀함intimacy, 우정friendship, 공동체community, 선물로서의 죽음death as a gift, 공감compassion, 사회적 실천social activism, 전문적인 목회professional ministry 라는 다양한 주제들 아래 다루었습니다. 이 다양한 주제들은 모두 위에 말한 “손님을 위한 환대”라는 영성생활 수련의 원리 위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아브라함과 사라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을 정성으로 환대했을때 하나님을 만나고 자손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신약성경을 보면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한 손님을 초청하고 환대했을때 그들의 눈이 밝아져 예수님을 보게 되고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그 사람이 원수든, 낯선 이방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간에 그 사람을 하나님이 보낸 손님으로 여기고 정성스럽게 환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내 안에 기르는 것은 이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영성생활수련이 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사람을 만나거든 하나님으로부터 온 손님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에 그 손님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빈 공간을 만드십시오. 그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바쁜 일정을 잠시 뒤로 하십시오. 그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 규칙들을 강조하지 마십시오. 그 손님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십시오. 그 손님을 대하는 내 감정이 좋든 나쁘든 그 감정에 의지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손님이 말할때까지 기다리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이 그 손님을 통해 여러분을 향한 약속과 복을 말씀하실 것입니다.

“For love to be possible we need the courage to create space between us and to trust that this space allows us to dance together…. Sometimes we are very close, touching each other or holding each other; sometimes we move away from each other and let the space between us become the area where we can freely move.” (Nouwen, Bread for the Journey)

“사랑이 가능하려면 우리는 우리 사이에 공간을 만들 용기, 그리고 이 공간이 우리가 춤추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로 우리는 서로를 만지고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가까이 가기도 합니다. 때로 우리는 서로 멀어짐으로써 그 만들어진 공간에서 각자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나우웬, <영혼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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