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Jo BBS


작성자
정재상
날짜
10/04/05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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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영적지도,라이프스토리, 그리고 문화 - 이강학
 
 

영적지도, 라이프스토리, 그리고 문화



* 이 글은 <목회와 신학> 2009년 12월호에 실렸던 원고입니다.

* 저의 박사학위 논문 "Christian Spiritual Direction for a Confucian Culture: a Korean Perspective"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강학, GTU PhD



본 논문은 한국인에게 영성지도(Spiritual Direction)를 해주는 미국인 영성지도자들에게 한국인의 라이프스토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쓰여 졌다. 필자는 유학시절 기독교 영성을 공부하고 실습하면서 영성지도가 영성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아울러,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영성지도를 경험한다면 영성생활의 진보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미국에서 영성지도를 받는 한국 기독교인이 늘어가고 있지만, 한국인의 라이프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미국인 영성지도자(Spiritual Director)는 소수이고, 영성지도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라이프스토리에 담긴 영적경험과 인간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는 희귀하다는 사실이다. 북미지역의 영성지도자들에 의해 쓰여진 영성지도관련 참고서들도 대부분 미국인들의 경험과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영성지도 관계에서 경험하는 미세한 어려움들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각각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영성지도자와 피지도자 사이의 문화간 영성지도(Cross-cultural Spiritual Direction)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프리카인을 위한 영성지도자 수잔 라코치(Susan Rakoczy)가 옳게 이해하듯이 문화들 사이에는 일치성, 다양성, 그리고 독특성 (unity, diversity, and uniqueness) 이 있게 마련이다. 문화가 달라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고 (일치성), 공감은 안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있고 (다양성), 아예 공감도 이해도 안 되는 알 수 없는 경험 (독특성) 이 있다. 이 논문은 한국인의 영적경험을 미국인 영성지도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한편으로 유교문화의 영향 아래 있는 한국인들의 경험과 관계가 지닌 다양성과 독특성이 영성지도의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이야기 심리학 (Narrative Psychology)과 한국 토착 심리학 (Korean Indigenous Psychology)의 관점을 사용하여 네 명의 한국인 피지도자의 라이프스토리를 정성적(qualitative)으로 분석하였다.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네 명의 라이프스토리에 대한 요약은 생략한다.



1. 기독교 영성지도란 무엇인가?

기독교 영성지도란 한 성숙한 기독교인(영성지도자, 디렉터)과 다른 기독교인(피지도자, 디렉티)이 맺은 계약적 관계의 과정이다. 이 관계를 통해 디렉티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하며, 하나님의 뜻을 식별(discernment)하고, 깨달은 대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지도”(direction)라는 용어에 대해 현대인들은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이 용어가 디렉터의 권위와 디렉티의 순종을 암시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영성지도자”라는 표현보다 “영혼의 친구”(soul friend) 또는 “영적 동반자”(spiritual companion)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전통적으로 쓰이던 용어를 대체할만한 다수가 동의하는 용어가 없으므로, 용어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전제하에 계속해서 “영성지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영성지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디렉터와 디렉티는 대개 월 1회 또는 격주로 한시간씩 정기적인 만남(session)을 가진다. 디렉티는 기도생활을 통해 경험한 것(life story)을 디렉터에게 말하며, 디렉터는 디렉티의 라이프스토리를 경청한 후,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디렉티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방법들에는 알아차린 느낌들과 몸언어(body language) 되돌려주기, 요약하기, 질문을 통해 경험을 명료화하고 심화시키기, 음미하기(savoring) 등등이 있다. 디렉터에게 있어서 이런 대화의 테크닉을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꾸준한 영성생활을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성숙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식별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기독교 영성지도는 크게 두 가지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관계는 하나님과 디렉티의 관계이고, 두 번째 관계는 디렉터와 디렉티의 관계이다. 먼저, 영성지도의 초점은 디렉티와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기독교 영성지도는 창조주이시고 구속주이신 하나님,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우리가 인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윌리엄 베리(William Barry)와 윌리엄 코널리(William Connolly)에 따르면, “하나님은 우리와 인격적인 관계 안에 있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하나님이 그 관계를 시작하시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응답한다.” 프랭크 후덱(Frank J. Houdek)에 의하면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으로서, 개인과 공동체의 안녕을 원하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분으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신적 신비와 실재를 개인에게 드러내신다. 하나님은 관계적인 분으로서, 인간관계를 유지하시고 이 관계들을 종합하는 파트너가 되신다.” 하나님에 대한 이런 전제들을 믿기 때문에, 영성지도는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지도에서 디렉터가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은, “디렉티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디렉티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진전이 없다면, 다시 말해서, 친밀함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등이다. 윌리엄 베리는 디렉티가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다섯가지 장애물을 제시하는데, 첫째, 인간의 한계를 인식한데서 오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둘째, 죄로 말미암은 부끄러움과 도피, 셋째,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나님에 대한 분노와 불신, 넷째, 성적인 감정과 욕망들에 대한 대화를 불손하다고 여기는 것, 마지막으로, 영적성장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통과 어두움 등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한국인 디렉티의 경우에는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장애물들에 유교문화의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독교 영성지도를 이루는 두 번째 관계는 디렉터와 디렉티의 관계이다. 사실, 이 관계는 디렉티와 하나님의 관계에 비해서 부차적인 관계이고, 부각되어서는 곤란한 관계이다. 디렉터와 디렉티의 관계가 서로에게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부각될수록 영성지도의 핵심인 하나님과의 관계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디렉터는, 진정한 디렉터는 성령이시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디렉터의 역할이 미미한 것은 결코 아니다. 디렉터의 환대와 공감적 태도, 신학적, 심리학적 지식, 성령의 역사에 대한 민감한 식별력 등은 디렉티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유효한 방향타가 되기 때문이다.

디렉터와 디렉티의 관계에서 필자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협정과 전이이다. 효과적인 영성지도를 위해 디렉터와 디렉티는 만남의 초기에 일종의 협정(working alliance)을 맺는다. 이 협정은 영성지도의 목적과 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서로에 대한 기대를 현실화하는 것을 포함함으로써,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불거질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영성지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디렉터와 디렉티 사이에 전이(transference) 또는 역전이(counter-transference)가 일어나는 것이다. 전이는 디렉티가 디렉터를 무의식 중에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그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심리치료 또는 상담보다는 가능성이 적지만, 디렉터는 전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이는 디렉티의 관심을 하나님보다 디렉터에게 쏠리게 하므로 영성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한다. 필자는 여기에서 디렉티가 한국인인 경우에는 효과적인 영성지도를 위해 디렉터가 협정 및 전이와 관련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지에 주목한다: “한국인 디렉티가 디렉터를 편안하게 느끼고 라이프스토리를 말할 수 있게 하려면 디렉터가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



2. 라이프스토리와 영성지도

영성지도는 디렉티의 라이프스토리를 대화의 소재로 한다. 영성지도에서 다루는 라이프스토리는 디렉티의 기도의 경험을 주로 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일상의 경험도 포함한다. 여기에서 라이프스토리는 반드시 인생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한 순간의 사건일지라도 디렉티가 유의미하다고 느끼고 디렉터에게 말한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라이프스토리가 된다. 디렉티는 자신이 선택하거나 디렉터가 안내해준 기도의 방법을 따라 기도하면서 영적경험을 하게되는데, 반추(reflection) 또는 성찰(examination)을 통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의미한 경험이라고 확인하게 된 것을 기록해두었다가 영성지도 시간에 디렉터에게 이야기한다. 디렉터는 디렉티의 라이프스토리를 경청하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성령의 역사를 식별하고 하나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때 디렉터가 라이프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심리학적 특징을 알고 있다면 훨씬 라이프스토리의 주인공인 디렉티와 그의 경험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라이프스토리가 디렉티의 자아형성(self-making)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야기심리학(또는 담화심리학, Narrative Psychology)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야기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는 자아의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라이프스토리 이해가 어떻게 영성지도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1) 이야기적 자아 (the narrative self)

이야기심리학에 의하면, 자아는 결정되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되어가는 것(construction)이다. 그리고, 자아의 형성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 세 가지는 문화(culture), 기억(memory), 이야기(narrative)이다. 첫째, 문화는 자아가 의미의 체계를 세우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서 문화란 “한 그룹의 가정체계 또는 가치체계로서 언어, 태도, 행위, 상징, 신화, 의례, 제도 등을 통해 표현되며, 그룹의 정체성과 연대의 자료로 사용되고, 그 그룹의 구성원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조직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야기심리학의 개척자인 제롬 브루너는 문화가 자아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체계를 포크사이칼러지(Folk Psychology)라고 부른다. 포크사이칼러지는 사람들이 주위 사회 환경과 교류하면서 경험한 것을 조직하는 체계로서 “문화의 반추”(reflection of culture)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언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믿음, 욕망, 의도, 헌신 등의 원인과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자아는 포크사이칼러지의 언어를 통해 문화를 내면화한다. 이것을 영성지도에 적용하자면, 디렉티의 자아를 이해하려면 그에게 영향을 끼친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억은 자아에 이야기적 특성을 부여한다. 이야기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기억은 변함없이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서와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수사학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런 수사학적 재구성을 반영하는 기억을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라고 한다. 자서전적 기억은 인간의 발달과정에 있어서 유치원 시절에 형성되기 시작하며 아이들이 개인적인 사건들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청소년 시절에는 더욱 종합적인 라이프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이 일관성 있는 라이프스토리를 말할 수 있게 된 데는, 자서전적 기억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줌으로써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서전적 기억은 모든 사건들(episodes)을 다루기보다는 특별히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들에 관여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은 자서전적 기억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셋째, 포크사이칼러지의 언어적 특징과 자서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아는 곧 이야기(narrative)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아는 이야기로서 그 특징을 드러낸다. 브루너에 의하면 자아의 형성(self-making)은 곧 의미의 형성(meaning-making)인데, 의미의 형성은 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완성된다(Acts of Meaning, 99). 이런 자아의 특성을 이야기적 자아(a narrative self)라고 한다. 자아는 이야기의 산물이며 자아형성은 이야기적 예술(a narrative art)이다. 그러므로, 영성지도에서 듣는 라이프스토리는 곧 디렉티의 자아 형성의 노력과 그 결과를 보여준다. 라이프스토리는 디렉티가 추구하는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자체가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2) 라이프스토리와 영성지도

이야기적 자아가 담겨있다는 라이프스토리에 대한 이해는 영성지도에 큰 도움을 준다. 첫째, 이야기 심리학의 자아 이해에 기반을 둔 이야기 심리치료 (narrative therapy)는 영성지도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경험을 심리학적으로 잘 이해하게 해준다. 호주의 대표적인 이야기 심리치료사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는 <이야기치료의 지도 (Maps of Narrative Practice)>라는 책에서 이야기 심리학에 기반한 여섯단계의 치료적 대화를 소개한다: 드러내기(externalizing), 재기술(re-authoring), 재조직(re-membering), 확증 경축식 (definitional ceremonies), 독특한 성과 강조하기(highlighting unique outcomes), 그리고 발판만들기 (scaffolding). 이 치료적 대화단계들의 핵심은 내담자의 라이프스토리의 문제를 객관화한 후, 그동안 소홀히 여겨졌으나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토리를 재기술하여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확인받고 다시 내면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영성지도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경험의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영성지도는 디렉티가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갖도록 돕는 것인데, 대체로 왜곡된 자아이미지나 왜곡된 하나님이미지가 이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디렉터가 질문을 통해 왜곡된 이미지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해주는 경험들을 상기시켜주면 디렉티가 자신의 라이프스토리를 새로운 관점에서 수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하나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디렉티로 하여금, 그의 일상 경험 가운데,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친밀하고 자상한 하나님의 모습이 있었는지 살펴보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자아의 형성에 포크사이칼러지를 통해 문화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 심리학의 이해는 영성지도에 있어서 디렉티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다문화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회처럼 상대적으로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디렉티의 가정 배경,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과거까지의 유의미한 인간관계 경험과 영적 경험들에 대해 알 수 있다면 디렉티의 현재 라이프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 한국인의 자아상과 영성지도

그렇다면, 한국인의 라이프스토리는 어떤 자아의 특징을 담고 있을까? 먼저, 북미지역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한국인의 자아에 대해 살펴본 다음, 한국토착심리학자들의 관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마르쿠스, 물랄리, 그리고 기타야마 (Markus, Mullally, and Kitayama) 와 같은 북미지역 심리학자들은 한국인의 자아가 서구의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자아에 비해 집단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주의-집단주의(individualism-collectivism)이라는 분할이 너무 폭넓은 개념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속한 그룹에 대한 의무감, 권위에 대한 복종, 그리고 인간관계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자아는 집단주의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집단주의적 자아는 자신의 뜻을 앞세우기 싫어하고,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룹을 위해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자아는 다른 사람 또는 가족 중심성을 지니며, 판단과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토착심리학자들 (최상진, 김의철, 한덕웅, 조긍호 등)은 한국인의 자아가 관계적, 상황적이라는데 동의한다. 최상진 교수는 <한국인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한국인의 자아의 특징을 보여주는 내면적인 개념으로 정, 한, 심정, 마음을, 사회적인 개념으로 우리, 체면, 눈치, 핑계, 의례성, 우쭐, 부자유친 등에 주의를 기울인다. 최 교수에 의하면 “정”에 의해 결합된 “우리”라는 그룹은 한국인의 집단적 자아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 밖에, 한덕웅 교수와 조긍호 교수는 퇴계 이황을 비롯한 유교철학을 기반으로 한국인의 자아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토착심리학자들의 연구에서 공통점은 유교문화가 한국인의 자아에 미친 영향에 특별히 주목한다는 것이다. 특히, 삼강오륜에 잘 드러나는 인간관계 규칙은 한국인의 자아형성에 현재까지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비자>에 나오는 “삼강”은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으로서 임금과 신하의 관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부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맹자>에 나오는 “오륜”은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으로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임금과 신하의 관계, 부부의 관계, 어른과 아이의 관계, 친구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삼강오륜은 주희의 <소학>과 퇴계의 <성학십도>등을 통해 조선시대 교육문화에 소개 되었으며, 18세기 어린이 교육서인 박세무의 <동몽선습>, 17세기 송시열이 딸의 예절 교육을 위해 쓴 <계녀서>, 18세기 이덕무의 일상예절에 관한 <사소절> 등과 같은 글을 통해 한국인의 심성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세계적인 유교학자인 투 웨이밍은 삼강오륜이 나열하는 관계 속에서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세가지 요소를 뽑고 있는데, 그 세가지는 위계, 나이, 그리고 성별 (hierarchy, age, and gender)이다. 그 요소들을 한국인의 관계에 적용해볼 때 위계질서의 존중, 나이의 존중, 남녀성별차이는 한국인의 인간관계를 오랫동안 지배해왔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현대 한국사회에서 과거의 삼강오륜적 인간관계가 강요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요소들이 집단주의 문화와 상요작용해서 한국인의 자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쳐왔고, 지금도 개인차는 있지만,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 대한 예의, 나이가 많은 사람에 대한 예의, 남녀 관계를 구별하고 차이를 강조하려는 경향은 한국사회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라이프스토리를 이해하려면, 한국인의 자아에 담긴 집단주의적 특성과 유교적 인간관계 요소들을 참고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이 어떻게 디렉티가 자신을 보는 관점(self-image), 디렉티가 디렉터를 대하는 태도, 디렉티가 하나님을 보는 관점(God-image)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4. 한국인을 위한 영성지도에서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위에서 라이프스토리의 심리학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을 살펴보았다. 심리학적 차원은 좀 더 보편적인 접근이라면, 문화적 차원은 좀 더 특수한 접근이다. 이야기 심리학적 관점이 라이프스토리라는 그림에 있어서 스케치와 같다면, 유교 문화적 관점은 그림의 구체적인 내용 즉 색깔과도 같다. 디렉터가 디렉티의 라이프스토리를 들으면서 이야기심리학적 분석과 유교문화적 분석을 염두에 둔다면, 디렉티의 경험과 태도를 이해하고 식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논문에서 케이스스터디로 네 명의 한국 기독교인 (삼십대 남1, 여1, 사십대 남1, 여1)의 라이프스토리를 이야기심리학적 관점과 문화적 관점을 바탕으로 분석한 후, 그 분석결과들을 요약하고 영성지도에 적용하였다.



(1) 이야기심리학적 분석

이야기심리학적 분석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필자는 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분석요소로서 이야기의 플롯(plot), 전환점(turning point), 완화(mitigation), 그리고 청중(audience)을 사용하였다. 첫째, 플롯 분석은 삶의 목표와 방향(진보, 정체, 또는 퇴보)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분석 결과 하나님이미지와 삶의 목표에 대한 의무감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디렉티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유함이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또한, 라이프스토리는 현재의 삶의 방향이 삶의 목표를 향해 진보하고 있는지, 퇴보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체되어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리게 해준다. 둘째, 전환점은 삶의 방향이 변화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예, 회심사건)으로서 디렉티가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게 해준다. 분석 결과, 전환점으로서의 회심 사건에 있어서 인간관계가 무척 중요하며, 특히 청소년기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디렉티의 하나님이미지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이 누구인가 그리고 디렉티가 청소년기에 어떤 영적경험을 했는가를 아는 것이 디렉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 완화는 라이프스토리의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축소 또는 왜곡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대체로 내면화된 포크사이칼러지 또는 사회문화적 규칙들과 거시담론(metanarrative)을 읽어내는데 유용하다. 분석 결과, 자신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을 통해,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거시담론을 읽어낼 수 있었고, 자기 주변의 대단한 인물들을 학벌 위주로 강조하는 것에서 일류대학 출신들을 높이는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완화는 디렉티의 자아가 경험하는 현재적인 부자유함을 드러냄으로써 영적인 과제를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이프스토리는 결코 독백이 아니라 청중을 암시하고 있다. 분석 결과, 필자의 논문을 위해 라이프스토리를 써 준 참여자들은 독자인 필자와의 관계를 의식하여 개방(openness)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점은 영성지도의 상황에서도 디렉티가 디렉터와의 관계의 친밀성 정도에 따라 라이프스토리의 개방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전이와 역전이의 존재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도 한다. 디렉티가 디렉터를 신뢰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환경에서 삶의 경험을 말하도록하는 것이 영성지도의 효과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이 점을 디렉터가 염두에 두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2) 문화적 분석

이야기심리학적 분석에서 두드러진 문제들과 초점들은 대부분 사회문화적인 설명을 필요로한다. 필자는 한국인의 자아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위에서 소개한 네 명의 라이프스토리를 한국토착심리학의 개념들과 유교문화의 관계 규칙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중 영성지도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계질서, 나이차이, 그리고 성별차이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의 관계규칙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디렉티일수록 북미지역 디렉터들과 일대일로 영성지도하는 것을 선호한다. 북미지역 디렉터들은 대체로 권위나, 연장자라는 점이나, 남성이라는 것을 우월하게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디렉티들이 훨씬 자유함을 느끼고 쉽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 점은 한국인 디렉터들이 영성지도에서 자신과 디렉티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세심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둘째, 한국인의 인간관계의 수준은 “정”의 수위로 표현된다. 아울러, 한국인이 더욱 친밀함을 느끼는 관계는 “심정”이 전달되는 관계이다. 북미지역 디렉터들과의 경험에서 한국인 디렉티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감정 전달의 어려움과 냉정함이었다. 디렉터들이 시간 엄수, 계약적 관계, 사례비 등을 강조할 때 한국인 디렉티들은 거리감을 느꼈다. 또한, “심정”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 무관심하다고 느낄 때 개방에 대한 의욕이 적잖게 상실되었다. 이 점에 있어서 한국인 디렉터들은 북미지역 디렉터들보다 수월한 입장에 있지만, 영성지도에 있어서 디렉티의 심정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겠다. 셋째, 한국인의 하나님이미지는 친아버지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끼친다. 디렉티가 경험한 “따뜻한” 아버지는 하나님을 “따뜻하게” 느끼게 한다. 가부장적이고 가정폭력이 심했던 아버지를 경험한 디렉티는 하나님을 무서워하며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과도한 의무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사역을 열심히 한다. 그러므로, 디렉티가 친아버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과, 친아버지 외에 친밀한 정을 경험했던 관계 (예, 어머니, 형, 또는 언니 등)가 있었는지를 찾아보도록 하는 것도 영성지도에서는 무척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장기간 지속되는 영성지도 관계라면 반드시 적절한 시점에 디렉티로 하여금 라이프스토리를 써보도록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디렉티 스스로에게는 그 자체로 영성수련이 되며, 디렉터는 그 라이프스토리를 분석함으로써 디렉티를 훨씬 잘 이해하게 되고, 하나님께로 인도하는데 더 적절한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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