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Jo BBS


작성자
주선영
날짜
11/06/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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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제 목
 앓이(단상)
 
 

앓이(20110604)

벗의 아기가 첫 앓이를 앓나, 힘겹겠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벗이 어떻게 하면서 보내고 있을지 그려진다. 나도 큰 애가 처음 아팠을때 얼마나 동동거렸는지, 옛날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십수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세놈들이 연달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내가 앓아 누운 적도 있었고, 전신마취하고 부러진 팔 접합하는 수술에, 병명도 희귀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들에 얼마나 가슴조였던지. 허나, 세월의 지혜 속에서, 인간 병드는 것에 믿는자들도 예외 없음을, 내 자식도 예외 없음을, 덤덤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워간다. 단지, 그 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정신적 자유가 조건 없는 사랑을 기반으로 주어지는 진정한 은총이라는 것을 알아 듣고 있는 중이다.


아기는, 자식들은, 앞으로 몸도 맘도 얼마나 아프면서 클것인가! 그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다. 우리 걸어온 것처럼, 많은 열병을 앓을 것이고 그때마다 부모는 동동거리며 불면의 밤을 보낼 것이다. 아기 때는 품에 품고 체온이라도 공유하겠지만, 점점 더 자랄수록 온갖 아픔들이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이 눈에 보일땐, 말 없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쓴 눈물을 속으로 울어야 할 것이다.



많은 부모들의 여정을 동반하다 보면 자식에게 아픔이 일어날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한다. 일견 경건된 성찰 같아 보이지만, 그렇해서 찾아질 원인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성서에서도 "아비가 신포도를 먹고서 아들이 시다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 그를 아우르고 있는 세상의 구조, 더 큰 우주의 질서 안에서 쉽게 찾아질래야 찾아질 수 없는 것이다.



자식 아픈건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기 보다 자식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인간이란 그렇게 외로운 존재다. 삶의 진실은 그 어느 누구도 자기가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대신해 줄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부모라 하여도. 사랑이라 하여도. 이 진리를 이렇게 스스로 앓아가며 배워간다. 그래서 부모는 잘 지켜봐주어야 한다. 대단히 안정된, 흔들림없는 시각으로. 이렇게 자기를 묵묵히 지켜 보는 그 믿음의 눈을 통해, 자식은 하나님(삶)에 대한 신뢰와 그분이 부여하신 생명력을 믿는 법을 몸으로 익힌다. 그래서 부모는 삶의 궁극적 진실에 눈을 떠야하는 사명이 있다.



작은 입들에서 쏟아지는 신뢰 가득한 '엄마, 아빠' 소리, 공으로 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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